마이크 회플링거, 「비커밍 페이스북: 후발주자로 시작하여 플랫폼 제국의 미래가 되기까지」, 정태영 옮김, 부키, 2018
"그런대로 괜찮은 계획을 지금 당장 거칠게 실행하는 것이 완벽한 계획을 다음 주에 실행하는 것보다 낫다." _조지. S 패튼
나는 완벽주의자였다. 무엇이든 하기만 한다면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믿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렸다. 이미 시작한 일은 완벽해질 때까지 마무리를 미뤘다. 그래서 완벽하게 해냈냐고? 당연하다. 완벽해 보이는 일들만 끝을 냈으니. 끝까지 해낸 일이 매우 적을 뿐이다.
블로그에 글을 써보고 싶었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하고 싶었지만, 생각만 했다.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보고서밖에 써보지 않은 내가 갑자기 무슨 블로그 포스팅인가? 도서관에서 글쓰기 책들을 십 수 권 빌려 보고, 이렇게 쓰면 되는구나 하며 생각만 했다. 혼자서 노트나 메모 어플에 나중에 포스팅하고 싶은 걸 적어뒀다. 나만 볼 것이니, 나중에 완벽하게 다듬으면 되니 적당히 적었다.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 수많은 생각의 파편들만 여러 권의 노트와 구글 킵, 원노트, 노션과 같은 메모 어플리케이션에 흩뿌려 놓았다.
완벽한 계획을 다음 주에 실행한다는 것이 몇 년이 흘렀다. 아무리 미뤄도 딱히 완벽한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획이 잘 세워질 리가 없었다. 늦은 밤 침대에 누워 잠깐씩 어떤 글을 블로그에 쓰면 좋을까 생각하다 잠드는 게 다였으니.
22년 7월 말 드디어 블로그를 시작했다.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공부하며 멋진 경험을 꽤나 많이 한 것 같은데 막상 소중한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면 떠오르는 게 별로 없었다. 소중한 기억들을 다 잊어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완벽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이겼다.
사소한 내용이라도 포스팅이라는 작은 완성을 당장 실행해 나가기로 했다. 틀린 정보만 적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남이 쓴 글을 베끼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혹시나 글을 본 사람이 악평을 한다면, 소중한 피드백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많은 경우 착각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포스팅한 내용은 기억에 더 잘 남았다. 처음에 쓴 글보다 나중에 쓴 글이 조금이라도 나아보였다. 반나절이 걸리던 포스팅 시간이 한 달 만에 한두 시간으로 줄었다. 나는 그냥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이제 거칠게라도 당장 실행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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